역사성 살릴 것인가, 미래 도시 브랜드 강화할 것인가… 명칭 혼용에 시민 혼란 가중
수변공원화 사업 본격화 속 명칭 정비 시급… 시민 의견 수렴과 행정 절차 속도 내야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일대에 위치한 대왕저수지가 수변공원화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를 위한 도심형 수변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가운데, 공원의 공식 명칭을 둘러싼 논의가 지연되면서 명칭 혼용에 따른 시민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세월 지역의 지리적·역사적 정체성을 담아온 ‘대왕저수지’를 유지할 것인지, 판교 일대의 도시적 상징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판교호수공원’으로 새롭게 명명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공원의 활용도와 상징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성남시가 명칭 문제를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시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저수지에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달라진 위상에 명칭 논란
대왕저수지는 농업용 수리시설이라는 기존 기능을 넘어 수변 산책로와 잔디광장, 전망 공간 등을 갖춘 시민 친화형 수변공간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수변공원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의 일상적인 휴식처는 물론, 성남의 새로운 여가·관광 자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공간의 기능과 이용 목적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정작 이를 대표할 공식 명칭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대왕저수지 수변공원’과 ‘판교호수공원’이라는 명칭이 안내 자료와 홍보 콘텐츠, 온라인 지도 등에서 혼용될 경우 방문객들은 같은 장소인지조차 혼동할 수 있다.
공원 명칭은 단순히 시설을 부르는 이름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에게는 장소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기준이며, 외부 방문객에게는 목적지를 찾는 안내 수단이다. 나아가 지역 관광과 상권 활성화, 도시 이미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공자산이다.
따라서 공원 조성과 시설 정비가 진행되는 시점에 공식 명칭을 확정하고, 관련 안내 체계를 일관되게 정비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대왕저수지’의 역사성 vs ‘판교호수공원’의 상징성
명칭을 둘러싼 논의는 크게 역사성과 도시 브랜드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로 요약된다.
기존 명칭인 ‘대왕저수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지역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지명과 70세 이상 원주민들의 생활 속 기억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익숙한 지명을 유지하면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기존 지도와 행정자료, 주민 생활권에서 형성된 장소 인식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판교호수공원’이라는 명칭을 선호하는 쪽에서는 판교라는 이름이 가진 높은 인지도와 도시적 상징성에 주목한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첨단산업도시의 이미지를 수변공간과 연결하면, 외부 방문객에게 장소의 위치와 성격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성남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두 명칭 모두 장점과 고려할 점이 분명하다. 기존 명칭을 무조건 유지하는 것만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공원의 정체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반대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익숙한 지명을 변경할 경우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 정서를 훼손하지 않을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공원 명칭에 ‘판교’를 사용할 경우 실제 지리적 위치와 행정구역, 이용객의 장소 인식 사이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지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효과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지명의 정확성과 지역 대표성, 장기적인 활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 명칭 확정 지연, 행정 신뢰와 이용 편의에도 영향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길어질수록 시민 혼란을 줄이기 위한 후속 조치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식 명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이름이 병행 사용되면 도로 안내표지와 공원 안내판, 홍보물, 온라인 지도 서비스 등의 정보가 서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대중교통 안내와 관광정보, 각종 행정자료에 동일한 명칭을 적용하는 데에도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원 조성이 마무리된 뒤 명칭을 변경하거나 안내 체계를 다시 정비하면 추가적인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시설의 이름은 한번 정착하면 시민들의 일상과 각종 정보체계에 깊숙이 연결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일관성 있게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공식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의미와 지역 간 이해관계, 시민 선호를 충분히 살피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의견 수렴이 끝없이 이어지거나 결정 시점이 불분명해진다면 행정의 신중함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성남시는 현재 명칭 논의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시민들에게 명확히 알리고, 향후 의견 수렴과 심의, 최종 확정에 이르는 절차와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시민 의견 수렴부터 공식 표기 통일까지… 성남시 결단 필요
합리적인 명칭 결정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 주민과 공원 이용객,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단순한 선호도 조사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근거와 지리적 적합성, 시민 인지도, 관광 활용성, 행정적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후 관련 규정과 지명 결정 절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위원회 심의와 행정 절차를 일정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명칭이 확정되면 도로 표지판과 공원 안내판, 시정 홍보자료, 온라인 지도 및 관광정보에 이르기까지 공식 표기를 통일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 기존 지명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공원의 새로운 기능을 드러내는 명칭을 마련하거나, 공식 명칭과 별칭을 구분해 활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민들이 어느 이름을 공식 명칭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이 없도록 표기 원칙과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명칭을 서둘러 선택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왜 그 이름을 선택했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결정의 근거를 공개하고, 확정 이후에는 일관된 행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대왕저수지의 수변공원화가 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사업이라면, 그 공간을 대표할 이름 역시 역사와 미래를 함께 담아야 한다. 지역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시민과 방문객에게 쉽게 기억되고, 성남의 도시 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명칭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남시는 명칭 논의를 더 이상 불확실한 상태로 남겨두지 말고, 시민 의견 수렴과 관련 절차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고, 확정된 명칭을 행정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공원의 가치는 시설뿐 아니라 그 공간을 시민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부르는 가에서도 만들어진다. 대왕저수지가 성남을 대표하는 수변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조성 사업의 완성도와 함께 공식 명칭의 명확성도 확보돼야 한다. 이제는 논의를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을 확정해 행정적 혼선과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해야 할 때다.